“肉筆 원고에 담긴 작가의 혼”...대구 문학관의 특별한 전시회
지금은 컴퓨터로 글을 쓰는 시대다.
그 이전에는 타이프라이터로 글을 쓰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야말로 소수에 불과했다.
직접 손으로 시를 쓰고, 소설을 쓰던 ‘추억의 시절’도 있었다.
한국을 대표하는 문인들이 손으로 쓴 육필(肉筆) 원고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대구에서 열린다.
대구문학관(관장 이하석)이 5월4일부터 8월29일까지 여는 ‘육肉필筆 – 손끝에서 손끝으로’전이다.
肉筆전시회는 그동안 활자로만 접해왔던 문인들의 작품을 육필원고로 볼 수 있는 흔치 않는 이벤트다.
디지털적인 글보다는 아날로그적인 글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.
전시되는 작가들로는 구상, 김동리, 김춘수, 박목월, 백기만, 신동집, 유치환, 이상화, 이설주, 이육사, 이윤수, 이장희, 조애영, 조지훈, 최태웅 등 우리 문학사를 빛냈던 15명. 이들의 일상이 담겨 있는 편지와 엽서 31점, 육필 원고 40점, 필적 1점 등 모두 72점이 전시된다.
전시작품의 육필은 다채로우면서도 다양하다.
또박또박 정성들여 쓴 글씨, 삐뚤삐뚤한 글씨, 크게 휘갈긴 글씨, 깨알 같은 글씨, 은근히 멋을 부린 글씨 등 문인들의 개성이 한껏 드러난다.
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흔적들이 한 획, 한 획의 글씨들에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.
작품들은 대구문학관이 소장한 것 외에도 이육사문학관, 동리목월문학관, 고려대박물관, 통영시립박물관의 도움으로 전시가 가능했다.
전시에서는 또 작가별 육필과 육필의 상호교감으로 파생되는 ‘공감각’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도록 연필, 만년필 등 필기구들이 내는 소리를 활용한 ‘사운드 스케이프’를 도입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.
이하석 대구문학관 관장은 “젊은 시절 손가락 끝에 굳은살이 돋도록 연필 또는 볼펜에 힘을 줘 써댔던 글들을 다시 육필로 써보면서 새삼 잃어버린 내 몸과 정신의 수공업적 각인을 느낀다”며 “이 전시를 통해 문인들의 ‘몸과 정신의 수공업적 각인’이 우리 문학사에 뚜렷이 다채롭게 찍혀 있음을 확인하게 될 것”이라고 말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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